직장인보고서
온라인 설문만으로 받은 병가서류 냈다가 해고, 독일 법원 “의사 진료 없는 온라인 병가는 무효”
BY gupp2026-05-29 11:53:37
독일에서 의사와의 전화나 영상 진료 없이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온라인 병가확인서(근로불능 확인서, AU-Bescheinigung)를 회사에 제출한 직원이 즉시 해고됐습니다. 독일 함(Hamm) 주 노동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직원이 사실상 회사를 기만했다고 판단하며,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신뢰관계가 무너졌다고 봤습니다. 최근 독일에서는 원격의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온라인 병가 서비스의 한계를 명확히 제시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 상담 없는 온라인 병가확인서 논란
독일 법률·세무 전문 출판사 Erich Schmidt Verlag의 발표에 따르면, 사건은 한 IT 컨설턴트가 2024년 8월 회사에 병가를 제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병가확인서를 구매했는데, 당시 선택한 서비스는 의사 상담 없이 병가를 발급해준다는 상품이었습니다. 직원은 단순히 온라인 문진표에 자신의 증상을 체크했고, 이후 이메일로 병가확인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화 상담도, 영상 진료도, 의사와의 직접 접촉도 전혀 없었습니다.
증거력 낮은 온라인 병가확인서의 위험성
문제가 된 사이트는 스스로도 이런 병가확인서의 위험성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사이트에는 “의사 상담 없는 AU는 법정에서 증거력이 낮을 수 있다”, “고용주가 의심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의사 상담이 포함된 더 비싼 서비스를 선택하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심지어 “회사에 먼저 PDF를 보여주고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라”는 조언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또 해당 사이트는 상담 없는 버전은 독일 의사 등록 없이 해외 의사들이 온라인으로만 발급한다고 설명했고, 병가서류에도 독일 병원 주소 대신 “원격 진료를 통한 개인 의사”이라는 문구와 WhatsApp 번호, 이메일 주소만 적혀 있었습니다.
eAU 기록 없는 병가서류에 회사 의심
직원은 이 병가확인서를 회사 시스템에 업로드했고, 시스템은 이를 일단 “승인” 상태로 처리했습니다. 그는 닷새 뒤 다시 정상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회사 인사팀이 병가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심이 생겼습니다. 독일 건강보험 전자병가 시스템(eAU)에 관련 기록이 전혀 없었고, 서류에도 독일 계약의사가 발급했다는 표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의사는 파키스탄에 있는 온라인 전담 의사로 확인됐고 독일 의사협회 등록도 없었습니다.
온라인 병가서류 논란 끝 즉시 해고 소송
결국 회사는 2024년 9월 직원에게 즉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회사는 해당 직원이 허위 병가를 이용해 병가 중 임금지급을 받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직원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도르트문트 노동법원은 처음에는 직원 편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실제로 직원이 건강했는지가 확실하지 않고, 해고 전에 경고를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건은 함 주 노동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Urteil des LAG Hamm vom 05.09.2025 – 14 SLa 145/25).
상담 없는 병가서류는 고의적 기망
항소심 판단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함 노동법원은 직원이 고의적으로 회사를 속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병가서류 형식이 독일 공식 병가서류(일명 ‘노란 서류’, gelber Schein)와 매우 유사했고, “원격 진료” 같은 표현이 실제 의사와 전화나 영상 상담이 있었다는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형태의 의사 진료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설문만으로는 병가서류 인정 불가
법원은 독일 공동연방위원회(G-BA)의 노동불능 지침(Arbeitsunfähigkeits-Richtlinie)도 언급했습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병가확인서는 최소한 전화 문진이나 영상 진료를 거친 경우에만 적법하게 발급될 수 있습니다. 단순 온라인 설문만으로 발급된 병가서는 독일 기준상 유효한 의학적 진단 과정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법적 위험 알고도 선택한 저가 병가 서비스
재판부는 특히 직원이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이트 자체가 “의사 상담 없는 버전은 법적 효력이 약하다”고 명확히 설명하고 있었고, 의심이 예상되면 더 비싼 상담 포함 상품을 선택하라고까지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직원은 비용이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했습니다.
증거력 무너진 병가서류와 부족한 질병 입증
또 법원은 일반적으로 병가확인서는 강한 증거력을 가지지만, 이번 사례처럼 의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증거력이 무너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직원 본인이 실제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했지만, 그는 단순히 몸살, 기침, 몸의 통증 등을 언급했을 뿐 실제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다는 점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신뢰 훼손으로 인정된 즉시 해고 정당성
결국 함 노동법원은 직원의 행동이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필요한 사전 경고 없이도 즉시 해고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회사가 해고예고기간(Kündigungsfrist)이 끝날 때까지라도 이 직원을 계속 고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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